KOREAN SOCIETY OF NEUROLOGISTS
대한신경과의사회는 오는 12월 24일 시행을 앞둔 비대면진료 제도와 관련하여, 입법 예고된 하위법령안이 환자 안전과 진료의 질을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의료 접근성 향상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원칙 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진료의 편의성과 산업적 이익이 진단의 정확성, 치료의 연속성, 의료인의 독립적인 판단보다 앞설 수는 없다. 특히 신경과 질환은 신체진찰과 신경학적 검사가 중요하므로, 비대면진료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 확대는 중증질환의 발견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에 대한신경과의사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초진 비대면진료는 의료 접근의 어려움과 임상적 필요성이 확인되는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기존 진료·처방 이력에 따른 ‘초진 1회, 30일 이내 처방’의 산정 기간과 적용 단위를 명확히 하고, 의료기관 간 이력 확인과 중복 처방 차단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증상 쪼개기 등으로 7일 처방을 반복하여 대면 진료를 회피하는 우회 가능성도 차단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과 피해 구제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
등록 여부나 수급자 자격만으로 비대면진료의 필요성과 적합성을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동일 시·도 밖 초진 비대면진료의 예외는 실제 의료 접근의 어려움과 임상적 필요성을 고려하여 적용하고, 기존 담당 의료기관과의 치료 연속성 및 대면·방문진료 연계를 보장해야 한다. 따라서 중증 등록장애인과 1,2급 장기요양 수급자들로 대상자를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야간·휴일 진료를 비대면진료 비율과 건수 산정에서 포괄적으로 제외하면, 해당 시간대에 진료를 집중하는 사실상의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을 양성할 수 있다. 시간대와 관계없이 안전성을 확보할 상한과 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예외는 목적과 범위를 한정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야간, 휴일 진료건수 산정 예외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 대량 처방과 수익 확대에 치우친 운영을 점검하고 대면진료·응급의료 연계도 확보해야 한다.
법정대리인은 단순한 가족이나 보호자, 처방전 대리수령자와 다르다. 환자의 의사능력, 대리권의 유무와 범위, 신원 확인 및 설명·동의의 기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규정이 있다고 해서 의료기관에서 법정대리인에 의한 비대면진료가 가능한 환자인지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하고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의사능력이 없으면서 적법한 대리권자도 확인되지 않는 경우의 진료 절차를 마련해야 인지기능이 떨어지거나 독립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할 수 없는 환자에게 형평성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법 정책이 될 것이다.
신고·인증과 행정처분 규정만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의무 인증 신청 기준에 미달하는 플랫폼에도 실효성 있는 안전성 검증과 정보보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정보의 수집· 전송·보관·파기와 재위탁을 감독하고, 유출·해킹 사고 시 각 주체의 관리 범위와 귀책에 따른 책임 및 배상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플랫폼의 책임을 약관으로 의료기관에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도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플랫폼의 이용료·계약·광고·노출 알고리즘을 감독하고,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경영과 진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의 별점을 의료인·의료기관의 순위나 검색 노출에 반영하는 시스템은 배제해야 한다. 필요한 처방 거절이나 대면진료 권고가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원하는 약물을 쉽게 처방하는 의료기관이 유리해져서는 안 된다. 환자 의견과 피해 신고는 독립적인 고충처리 및 질 관리 절차로 반영해야 한다.
진료기록부에 진료개시시간/종료시간, 음성통화를 통한 진료의 이유 등을 기록하게 하는 번거로운 행정절차는 과감하게 생략해야 한다. 행정적으로 의료기관에 각종 입력을 요구하는 것은 비대면진료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임을 지적한다. 실질적으로 병의원에서 비대면진료를 하면 음성통화에 의존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임은 정부도 예상하고 있을 것이다. 연속성 있는 진료를 토대로 한 비대면진료가 정착되기를 바란다면, 화상 진료가 꼭 필요한 명시된 경우 외에 음성통화를 통한 비대면 진료의 경우 행정적 절차를 과감히 간소화하여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치매·뇌전증 등에서 사용하는 항불안제·항정신병약· 항뇌전증약은 법률상 마약류 해당 여부와 임상적 위험이 서로 다르다. 처방 금지와 예외 적용은 기존 대면진료·처방 이력과 환자 상태를 근거로 구체화해야 한다. 정기적인 안전성 평가나 신기능에 따른 용량 조절이 필요한 약물은 비대면진료 시 처방을 금지하거나 일부 제한하는 등 별도로 관리하고, 약물별·환자 위험도별 대면평가 및 검사 주기를 정하여 비대면 처방만 장기간 반복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필수 약물의 갑작스러운 중단을 예방할 한시적 처방과 신속한 대면진료 연계도 보장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나 중증 환자의 경우, '의사와의 전화 상담(비대면 진료)'과 '보호자의 처방전 및 약 수령(대리처방)'이 한 번에 일어나는 경우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이를 비대면 진료로 통합 운영하며, 시행규칙에서 세세한 조정을 하거나 각각의 부분에 대한 규정을 환자와 의료기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환자 안전을 보장할 준비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 일정에 맞추어 제도를 확대하는 데 반대한다. 정부는 관련 고시와 시스템, 플랫폼 감독 및 피해구제 체계를 공개하고 의료계·환자단체와 함께 사전 검증해야 한다. 준비가 미흡하다면 필요한 법 개정을 포함하여 시행 일정과 적용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환자 안전과 의료인의 독립적인 판단은 비대면진료 시행의 선행 조건이다.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어지지 않은 비대면진료는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사업으로 전락할 것이며, 이는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무장 병원과 무엇이 다른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대한신경과의사회는 공공플랫폼 구축 없는 비대면진료 원격진료에 강력히 반대하며, 정부는 현장의 우려에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책으로 답할 것을 촉구한다.
2026년 10월 30일 대한신경과의사회